제 꿈 이야기입니다ㅎㅎ
가끔씩 나는 꿈에서 누군가에게 쫒기는 꿈을 꾸곤 하는데
그 대상이 사람일 때도 있지만 귀신인 경우도 있다.
꿈이 항상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본 귀신들은 어렴풋이 기억하는 편이다.
그 중에 한 녀석이 머리카락 귀신이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얼굴도 머리카락에 뒤덮혀 있다.
꿈속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몇몇 귀신들 중 하나다.
어느 누가 일부러 귀신을 만나고 싶겠냐만은....ㅠㅠㅠ
아무튼, 그 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있던 날이었다.
잠들기 전 계속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다.
언제부터 꿈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기억나는 건 나는 꿈속에서 열심히 도망가고 있는 중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뒤에서 찬 기운이 느껴지기에 뒤를 돌아봤다.
나를 바짝 따라오던 것의 정체는 머리가 산발인 채로 미친듯이 몸을 흔들면서 쫒아오는 머리카락 귀신이었다.
한번 확인하고 나니 더 이상 뒤를 돌아보고 싶지도 않았고
저 귀신을 떨쳐 버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달리고 있던 곳은 넓은 들판이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금방 잡힐 것 같았다.
마침 저 멀리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건물인 듯 한데 일단 이녀석에게서 한시라도 빨리 몸을 피하고 싶었기에 그쪽으로 달려갔다.
가까이 갔을 즈음 그 건물이 학교 건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낡은 학교도 아니고 한 2000년대 후반쯤에 지어진 듯한 나름 깨끗한 학교여서 덜 무서웠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학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밖에사 봤을 땐 학교 안에 누군가 있을 것만 같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에게 쫒길 때는 등골이 서늘했다면 이 공간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공간처럼 느껴져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공포도 느껴졌다.
분명 귀신에게서 느꼈던 공포와는 다른 공포였다.
벗어나야 하는데 바로 뒤에는 귀신이 머리카락을 휘감으며 쫒아오고,
분명히 나는 어딘가로 들어왔는데 학교 복도를 몇 바퀴째 뛰어다니며 봤지만 그 어디에도 나가는 문이나 창문같은 곳이 없었다. 유리로만 막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달리기가 빠르지 않다...
저 귀신은 나를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
저 녀석에게 희열감을 안겨주는 일일 테니까..
그 사실을 깨닫자 갑자기 기분이 굉장히 불쾌해졌다.
나는 1층에서 빙빙 돌아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복도 끝의 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뒤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속으로 '설마 귀신이 무너진 잔해에 깔려서 더 이상 못 쫒아오지 않을까?' 라고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러나 돌아보니 나와 귀신이 지나왔던 공간이 무너지고 있었다.
표정을 알 수는 없지만 귀신은 더욱 더 미쳐 날뛰고 있었다.
결국 함정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결국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혀 눈물을 흘리면서 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건물의 마지막층까지 올라갔다.
학교 건물 대부분의 공간은 이미 사라져 있고
남은 것은 마지막 층 복도에서 쫒고 쫒기는 귀신과 나 뿐이었다.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옥상으로 올라가야 하나 싶던 찰나에
복도 끝에 어떤 교실이 하나 보였다.
일단 급한 대로 저곳이라도 들어가야 했다.
꿈에서 깬 지금은 저런 장치가 너무도 뻔한 미끼라고 느껴지지만 꿈 속에서는 너무도 절박했던 숨을 장소였다...ㅜ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머니를 뒤져보니 수세미 뭉치가 들어 있었다
수세미를 한 움큼 집어 던지니 머리카락 귀신에게 엉겨 붙어서 귀신이 멈추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벌게 된 나는 교실로 뛰어들어가 앞문과 뒷문, 창문을 모조리 막았다.
그러고 나서 숨을 장소를 찾았다.
처음에는 티비함 뒤쪽에 숨으려고 했다.
그러나 정말 몸만 가릴 수 있는 뚫린 공간이라 금방 포기하게 되었다.
뒤를 돌아보니 청소함이 눈에 띄었다.
캐비넷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문짝에 길쪽한 네모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부분만 빼면 나름 숨기 좋아 보였다.
청소함에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티비함 뒤로 치우고
청소함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귀신에게 들킬까봐 숨죽이고 오랜 시간을 있었다.
꿈속이라지만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달렸기 때문에 많이 지친 상태였고
쫒기는 중이었지만 귀신이 올 낌새가 안 보여서 마음을 놓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청소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었던 것 같다.
밖을 내다보니 한 치 앞도 안 보일만큼 어둑어둑해졌다.
좁은 공간에서 긴장한 채로 새우잠을 자서 그런지 온 몸이 찌뿌둥했다.
귀신도 없는 것 같고.. 찾았으면 이미 나를 해치거나 그랬겠지?
아직 멀쩡한 걸 보면 분명히 머리카락 귀신은 수세미에 맞고 힘을 못 쓰게 된 것이 틀림없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청소함의 네모난 구멍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밖이 어두웠던 건 날이 어두워져서가 아니라 머리카락 귀신이 청소함을 온 몸으로 감싸고 있던 것 때문이었다.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기분 나쁜 머리카락의 촉감이 곧 온 몸을 휘감았다.
나는 꿈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